모 부대 살인사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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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부대 살인사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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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18,906  | 작성일2012.05.1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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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부대 살인사건 2편 입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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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하사관들과 장교들은 친하지 않은데 소대장이 워낙 넋살이 좋고, 술을 좋아해서 우리 하사관들이 그를 잘 따랐소.


그런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 소대장이 이상한 얘기를 하더이다.


요사이 밤마다 어디서 애기 우는 소리가 들린다고......"



얘기를 듣고 있던 수사관과 나는 잠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 애기 울음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다고 그럽디다.


어떤 날은 가위에 눌렸는데 어두운 방안에 어떤 군인이 총을 들고 나타나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랍니다.


얼굴과 몸에 온통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군인이었는데 뭔가를 계속 찾고 있더랍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배 위에 올라앉아 징그러운 웃음을 한 번 짓더니 긴 소총을 턱밑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더랍니다."



그는 잠시 담배를 몇 번 빨더니 말을 이었다.



"소대장의 귀신얘기에 우리 하사관들은 그냥 웃어넘기려고 했는데, 소대장 표정이 너무 진지한거요.


우리가 소대장에게 무슨 군인이 겁이 그렇게 많냐며 놀리니까 


갑자기 소대장의 표정이 경직되더니...이상한 소리를 하더이다.


'들어봐...지금도 들리잖아..'이러면서 말이오.


휘둥그레 부릅 뜬 두 눈으로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며, 소리의 정체를 찾는 소대장의 표정이 정말 소름끼치도록 무서웠다오.


우리도 소리가 들리는지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들리지 않았다오.


정말 우리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소대장은 미친 사람처럼 괴상한 소리를 내면서 우리를 협박했다오.


'얼럴러..얼러러..들어...들어..들리잖아....'이러면서 말이오.


그거 있잖소, 교회 같은데서 괴상한 소리내면서 기도하는거...."





"방언 말입니까?"



"맞아..그 거..."



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죽은 김병장의 그 괴기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데 소대장이 계속 그런 소리를 내면서 몸을 부르르 떨더니 눈이 뒤집히더이다."



이럴수가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 수가.....나는 잠시 한쪽 팔뚝을 쓸어내렸다.



"우리는 그 사람을 진정시킬 생각은 못하고 너무 놀라서 순간 뒤로 물러났는데.............."



얘기를 잠시 멈추는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피우던 담배를 재털이에 짓이기고는 다시 담배 하나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갑...갑자기 소대장이 정신을 차리고 그 괴상한 행동을 멈추더이다. 


그리고는 이리 저리 몇 번 목을 꺽더니..........."



그는 갑자기 말문이 막히는지 왼손으로 자신의 입을 감싸쥐었다.



"진정하시고 천천히 말씀해 주세요."



나는 그가 심하게 격해져 있음을 알고 그를 안심시켰다.



"갑자기 벌떡 일어서 품에서 권총을 꺼내더니...왼쪽의 선임하사부터 차례로 권총을 난사하는거요.....흑흑흑.."



그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음을 쏟아냈다.



우리는 잠시 그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잠시 후 그는 옆에 있던 무슨 종류인지 모르는 약을 손에 움켜쥐더니 입에 털어넣고 물 한모금을 들이켰다.


몇 번의 깊은 숨을 몰아쉬고는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맨 왼쪽에 있던 선임하사는 세 발을 머리에 맞아죽고, 가운데 앉아있던 선임하사는 거의 다섯발을 얼굴과 가슴에 맞았소.


갑작스런 총소리에 귀가 멍해져서 있는데 내 얼굴과 몸에 핏물이 마구 튀는거요.


나는 너무 무서워서 죽어라 비명을 질렀소. 


이게 꿈이라면 깨길 바랬고, 꿈이 아니라면 누가 좀 소대장을 말려주길 바랬소."



심하게 떨리는 그의 손에서 미처 털어내지 못한 담뱃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런데....흑...두 명을 순식간에 해치운 소대장은 곧바로 나를 죽이지 않고 나에게 미소를 보이더니...총을 겨누고 씨익 웃는게 아니오?


그 때 마지막 순서로 죽음을 기다리는 나의 심정이 어떠했겠소?


내가 그 때 본 것은 소대장이 아니라 악마였소...악마...


그 순간 나는 소대장을 제압하기 위해 괴성을 지르며 온 힘을 다해 그를 향해 튀어올랐소..


그리고는 두어발의 총소리가 들렸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살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몸이 불편하신 겁니까?"



"한 발은 폐쪽, 한발은 어깨쪽에 맞았고, 마지막 한 발은 대퇴부쪽에 맞았는데, 대퇴부쪽으로 들어간 총탄이 신경을 건드린거요.


하늘이 도왔는지 나에게 세 발을 쏘고나서 소대장의 권총이 실탄을 모두 뱉은거요.


난 실신했고, 소대장은 다시 부대로 돌아가 소동을 벌이다 죽은겁니다. 


결국 난 의가사 전역했소.


그나마 살아있음을 감사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십수년간 나는 그 뒤로 매일 밤 악몽이 시달렸소. 


매일 밤마다 피떡이 묻은 얼굴로 소대장이 나타나 그 악마같은 모습으로 웃고 있는거요.


지금은 약도 먹고 치료도 받고 해서 많이 나아졌지만, 얘기를 하는 지금 이 순간도 그 때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오."





모든 얘기가 끝나자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아픈 몸을 이끌고 목발의 그 남자가 대문 밖까지 배웅을 하였다.


낮에는 맑아보였던 하늘이었는데 어느새 비구름이 몰려왔는지 빗방울이 한 두방울씩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에게 안부를 전하고 뒤돌아 가려는 순간 그가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내뱉았다.



"그 곳은 저주받은 곳이오."



"예?"



수사관과 나는 고개를 돌려 그의 바라보았다.



어둠속에서 유난히 더 핼쑥해 보이는 그의 얼굴이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난 살아 돌아왔지만, 살아 돌아온 댓가를 난 지금 처절하게 치루고 있는 것이오.


부디 몸 조심하시오."









한 동안 말이 없이 우리는 조용히 달리는 차 안에서 전방을 주시했다.


조금씩 빗방울이 굵어지자, 수사관은 와이퍼를 작동시켰다. 


나는 서서히 사건을 파헤치는 것이 두려웠다.


사건을 파헤칠 수록 자꾸 죽음이라는 종착역으로 달려가는 것 같아 머릿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뒷좌석이 아닌 조수석에 내가 앉아 있는데도 수사관은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해 그에게 물었다.



"왜 저를 도와주시는겁니까?"



나의 질문에 운전을 하던 수사관이 씨익 웃었다.


이젠 누가 미소짓는 것만 봐도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도와달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만일에 이번 일이 들통나기라도 하면 고생 좀 하실텐데요. 


저야 홀몸이라 부담이 없지만 수사관님은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지 않습니까?"





"솔직히 난 대위님이 부럽소이다. 


나는 내 안위만을 생각한 채, 수사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도 저버린 사람이오.


속으로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그렇게 하는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죠.


그런데 대위님은 나와 달리 부대원 하나 때문에 사단장의 명령까지 어겨가며 위험한 모험을 하고 있잖소.


당신을 만난 뒤로 예전에 내 가슴속에서 사라졌던 정의감이 불타오르기 시작한거요.


지난 사건은 어쩔 수가 없지만 지금의 사건이라도 제대로 해결하고 싶었소.


그런데 대위님은 왜 이런 무모한 짓을 하는거요?"





"그냥.....그냥........군인답게 살고 싶었습니다."





"헐...명답이로세."



수사관은 얼굴에 함박 웃음을 지었다.





시간이 10시에 가까워지자, 나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음을 감지하고 수사관을 제촉했다. 



"이제 뭘하죠?"



"죽은 김병장이 말한 곳으로 가봐야죠."



"사건 현장 말입니까?"



"대위님이 거기를 파보려다가 실패한 것 아닙니까?"



"장비도 없는데..."



"오늘 거기 툇마루를 뜯어봅시다. 빠루같은 간단한 장비를 트렁크에 다 실어왔소."






사건현장....서서히 굵어지는 빗줄기...그리고 어둠에 묻힌 밤........왠지 불길하다.






"수사관님......"



"네?"



"현장에 가기 전에 나하고 약속 하나 합시다."














"무슨 약속이죠?"



"지금의 모든 주변 환경이 저와 김병장이 사건현장을 방문했을 때 상황과 같습니다."



"음........대위님은 지금 우리 중에 누가 귀신 들릴지도 모른다는 말씀이신가요?""



"걱정이 되서 하는 말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살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어느 한 명이 미쳐 날뛰기라도 한다면 지금 뒤에 있는 공구들이 치명적인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말에 수사관이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럼 어떻게 하잔 말입니까?"



"처음에 김병장이 이상한 행동을 했을 때 제가 김병장을 향해 주먹과 발길질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김병장이 정신을 차리는 겁니다."



"아...그럼 둘 중에 하나 누군가가 귀신 들렸다 판단이 되면 사정없이 후려쳐라 이겁니까?"



"현재로서는 그 방법 밖에 없습니다."



"별 거 아니구만. 일단 알겠소........"






나는 고개를 돌려 사정없이 빗줄기가 분쇄되고 있는 앞유리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부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사건현장에 도달하자 주변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내리는 빗줄기로 사물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우의를 입고 차에서 내리자 질퍽한 흙탕물이 군화 주변을 맴돌았다.


우리는 차량 트렁크에서 장비를 챙겨 들었다.


나는 배척(일명 빠루라고 부르는 못을 뽑을 때 사용하는 긴 쇠막대)을 들고, 수사관은 야전삽과, 해머를 들고 대문 앞에 나란히 섰다.


가끔씩 하늘을 울리는 천둥소리와 빗소리 외에는 그 어느 것도 들리지 않았다.


번갯불에 잠깐씩 얼굴을 드러내는 사건현장의 대문은 우리를 반기는 듯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또한 비바람에 찢겨 펄럭이는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어서오라고 반가운 손짓을 보내는 것 같았다.





"정신 바짝 차리십시오."



나의 말에 수사관이 맞대응했다.



"대위님이나 그 빠루로 날 찍어 죽이지나 마쇼."



지옥의 입구처럼 보이는 낮은 대문을 통과해 우리는 작은 마당 안으로 들어갔다.



이리저리 손전등을 비추어 우리 외에 다른 누가 있는지 구석구석 살폈다.



눈 앞에 툇마루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수사관에게 말을 건넸다.



"바로 저기입니다. 김병장이 말했던 곳이."



"음...그럼 먼저 마루 밑의 디딤돌부터 치워버립시다."



우리는 배척을 지레삼아 마루 아래에 놓여있는 두 개의 디딤돌을 힘껏 들어내기 시작했다.


디딤돌 주변을 시멘트로 발라 놓았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해머질과 삽질을 번갈아가며 우리는 조금씩 디딤돌을 움직여 나갔다.



기와집 처마 아래로 빗물이 사정없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전보다 번개치는 횟수가 늘어난 듯 보였다.


번갯불이 번쩍일 때마다 마당을 중심으로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아우....무섭게 자꾸 번개가 치고 지랄이야..."



수사관이 하늘을 몇 번 쳐다보더니 불평을 토로했다.






바로 그 때....



"응애......응애.......응애....."



내 귀속의 고막을 울리는 작은 아기 울음소리.....


빗소리에 섞여 있지만 분명히 들린다.


나는 즉시 행동을 멈추고 쭈그린 자세를 유지한 채,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



"대위님, 왜 그래요?"



수사관이 걱정스러운 듯, 땀인지 빗물인지 모를 액체로 흠뻑젖은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나는 아무런 대답없이 다시 한번 침을 삼켰다.



그리고 낮은 숨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안 들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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