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vs 분배라는 초딩 수준의 도식을 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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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vs 분배라는 초딩 수준의 도식을 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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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24,738  | 작성일2012.08.2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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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comm.nate.com/celebrity/celebView?post_sq=2779383


1. 줄기차게 주장되지만 입증된 적은 없는 교리(doctrine)

서울경제신문의 이 칼럼의 다른 내용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

여기서 다루고 싶은 것은, '분배는 성장과 상충되며, 성장이 분배의 전제조건이므로 보다 우선시되는 가치다'라는 취지의 주장의 타당성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하나의 교리로 확립되어 왔는데, 이 교리를 주장하는 교인들은 그것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시한 바가 없습니다. 

경제학자 로버트 하일브로너는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서 미국 대공황을 촉발한 원인 중 하나가, 매우 불균등한 소득 분배 구조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소득분배 구조가 매우 불균등할 때는 일반 노동자들의 수요는 그 역할이 미미하게 되고, 그 경제의 유효수요의 매우 큰 부분이 자본을 가진 사람들의 투자/투기 의사에 달려 있게 됩니다. 그런데 경제가 위축될 조짐을 보여 이 투자의욕이 꺾기게 되면, 이것이 다시 수요의 위축을 낳고, 다시 투자의욕은 광폭할 정도로 감소하게 됩니다. 즉, 한국과 같이 매우 불균등한 소득구조가 존재하며, 국가가 주거, 교육, 의료와 같은 필수재의 영역에서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사회임금'이 없으면 불황의 수렁에 매우 취약하게 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한국에서 부동산 자산 가치 증가로 불균등이 급격하게 벌어져 초래된 거품은 이제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 경제가 1951년에서 1963년까지의 기간 동안 3.1퍼센트의 최고 성장률을 달린 기간은, 고소득자에 대한 한계세율이 가장 높았던 기간입니다. 반면에 1980년대 이후 한계세율이 낮아졌음에도 그 성장률은 이에 미치지 못하였습니다.

폴크루그만은 <미래를 말하다>에서 미국이 레이건 정부 이후로 감세 정책을 줄기차게 펼쳐 왔음에도 이러한 정책이 성장에는 별 도움도 되지 못하였고 경제의 비생산적 부문(금융자산투기 부문)만 잔뜩 늘리고 소득 불균등을 감수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려 놓았다고 지적합니다. 크루그만은 또한 <경제학의 향연Peddling Prosperity>에서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깎아줘서 돈을 많이 벌게 해주면 경제는 저절로 성장하고 세수도 오히려 더 늘어난다는 래퍼 식의 "공급중시 경제학"이 학문의 기초도 갖추지 못한 사이비들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합니다.

프랑스, 독일, 벨기에, 영국, 이탈리아, 아일랜드, 핀란드는 1970년과 1990년 사이에 미국보다 세율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국가들은 그 기간 미국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했습니다. 독일, 스웨덴과 핀란드, 노르웨이는 금융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헤쳐나가고 있는 나라들 중 하나입니다. 

2. 흐리멍텅한 도식으로 엉터리 사고를 유도해서는 안됩니다. 

사실 애초에 분배 vs 성장이라는 대립 도식 자체가 흐리멍텅한 도식입니다. 어떤 분배이고 어떤 성장이냐를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그 의미가 전혀 확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분배'라는 말에 "노력을 한 사람이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과 똑같은 처지에 있게 되는 엄격한 결과 평등"이라는 이미지를 뒤집어 씌우면, 마치 분배가 성장과 필연적으로 상충하는 것으로 생각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사회민주주의적인 개혁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노력한 자를 벌하는 정책을 주장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한편, '성장'의 실 내용이, 부동산 투기로 부동산 가치가 증가해서, 그 증가된 가치를 담보로 다시 부동산 투기를 해서 GDP가 늘어난다는 것이라면 그것은 분배도 해하지만 실상 아무런 가치도 없는 성장인 것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어떤 성장, 어떤 분배냐입니다. 

린더트(Peter H. Lindert)는 <성장하는 공공부문: 19세기 이래로 사회적 지출과 경제 성장Growing Publci: Social Spending and Economic Growth Since the Eighteeth Century>라는 책에서 '사회적 지출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세금을 높게 매기는 것은 1인당 GDP 성장이나 수준과 역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즉, 복지제도를 잘 운용하는 데 돈을 많이 써도 성장은 느려지지 않고 오히려 촉진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결국 이러한 지출은 "사람"에 쓰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고, 교육을 잘 받고, 훈련을 잘 받고, 재기를 쉽게 할 수 있으면 당연히 경제가 성장하게 되는 큰 요인이 됩니다. 경제학에선 이것을 "인적 자본의 발달"(development of human capital)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가난한 집의 학생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교육과 훈련을 공공적으로 지원 제도가 없으면 이 사람은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마치고, 미숙련 노동직으로 일생을 마감합니다. 반면에 국가가 고등교육의 상당 부분을 보조한다면 그는 더 높은 수준의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것이고, 또한 실직 상태에 빠졌을 때에도 스웨덴의 "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과 같은 공적으로 지원되는 훈련제도가 더 높은 숙련 수준을 갖추도록 해줍니다. 그가 아프면 의료비로 가산을 탕진하고 재기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지원을 받아 충실하게 치료를 받고 다시 건강한 노동력으로 되돌아옵니다. 

경제적 지위가 전반적으로 평등하면, 소수의 안정적이거나 고소득인 공무원이나 교사, 전문직에 진입하기 위해 낭비적인 경쟁이 그만큼 사라집니다. 또한 그만큼 지대추구(rent-seeking)으로 사라지는 돈도 줄어듭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우연히 더 좋은 출발점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더 노력했기 때문에 더 좋은 보상을 받게 되고, 따라서 이러한 분배는 분명히 생산을 촉진시키는 것입니다. 

3. 더 이상 추상적인 성장 vs 분배의 도식을 말하지 마라. 

이 흐리멍텅한 도식은 초등학교 2학년의 정신 연령에나 어울리는 사고법입니다. 이제 이러한 도식을 들이미는 자들에게는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이라는 딱지를 붙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개념이 언급하고 있는 내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들여다 볼 정신적 능력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어떤 성장이냐? 어떤 분배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주의깊게 설계된 평등 정책, 분배 정책은 당연히 성장의 전제조건이자, 성장을 촉진하는 커다란 동인인 것입니다. 반면에 불평등과 불균등을 개의치않고 총량 성장을 지향하는 정책은 실상 경제사의 증거를 살펴보면 성장 자체를 좀먹는, 실패로 향하는 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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