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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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와 결혼직전 저는 고양이를 한마리 들였습니다.
고양이는 꾸미였고요.
귀여운 러시안블루 고양이 입니다.
원래 주인이 있던 고양이 였는데 주인이 유학을 가야하는 상황이어서 저희랑 살기로 했어요.
당시 나이 2살이었죠.
처음에 와이프는 고양이를 싫어했어요.
자꾸 야옹거리면서 수면을 방해하고 우다다 하면서 털을 날렸거든요.
처음엔 침대에 못올라오게 해서 야옹거리면서 우는통에 와이프도 힘들어 울었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희랑 산지 11년,
고양이는 그냥 저희집에 당연히 있어야 하는 가족이었죠.
제가 힘들때 많은 정신적 위안이 되었고 와이프도 꾸미에게 애정을 많이 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꾸미가 있는걸 당연하게 생각했나 봅니다.
요번 여름, 날이 더워지면서 꾸미는 밥을 잘 안먹어서 살이 빠지기 시작했어요.
여름되면 흔히 있는 일이다 보니 꾸미가 좋아하는 간식을 더 사주고 신경써서 먹이니
살이 조금씩 올라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이주쯤인가... 와이프가 츄르도 챙겨주고 했지만 거의 밥을 먹지 못했어요.
안되겠다 싶은 와이프가 제가 회사 가있는 동안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죠.
그리고 한참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퇴근하자마자 병원에 가겠다 했고
거기서 의사의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습니다.
꾸미의 신부전이 심해졌고 우선 입원을 시켜서 경과를 보자는 거였죠.
와이프는 어쩔줄 몰라하며 세시간동안 울고있었습니다.
저와 와이프는 너무 큰 충격에 눈물밖에는 나지 않았죠.
의사선생님은 입원한 꾸미에게 하루정도 약과 수액을 처방하였지만 수치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고
입원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고 하십니다.
이주동안 꾸미에게 물이라도 먹여보고 츄르라도 먹이려고 기운을 차리게 해보려 했지만
꾸미는 하루가 다르게 기력이 안 좋아 졌어요.
8월 17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힘들어서 침대 밑에 숨어있던 꾸미가 밖에 나와서 누워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아침을 맞아 주는 거 같아서 고마워 쓰다듬어 줬어요.
와이프는 그동안 점심시간에 회사랑 집이 가까워 점심에 고양이에게 뭐라도 먹일 요량으로
그날도 찾아갔어요.
왠일로 돌아눕지도 않고 와이프를 한동안 빤히 쳐다봤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날 저녁, 저희가 퇴근하고 꾸미의 싸늘한 주검을 보게됐어요.
제가 너무 슬펐던건 꾸미가 너무 착한 고양이었단 거였어요.
다른 고양이처럼 가구를 스크레치 처럼 쓰지도 않고 전선도 물어뜯지 않았어요.
주인이 싫어하면 장난도 하지않고 너무 얌전한 고양이었어요.
밥을 잘 먹지 않았던 그 시점에도 다른 고양이들 같으면 움직이지 않았을텐데 활동성도 좋아서 더 몰랐던거 같아요.
13살이면 이미 노령묘라 10살이 너머가면서 부터 와이프랑 꾸미의 나이에 대해서 얘기한적이 있어요.
그래서 죽음에 대해서 얘기했을때도 그때가 되면 덤덤하게 보내줄수 있을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가게될줄은 몰랐습니다.
최근 바쁘다고 잘 놀아주지 못한게 너무 미안했어요.
그날 저녁 고양이 화장하는 장례식장으로 갔어요.
우는 와이프를 다독여 주고 싶은데 당장 제눈에 눈물이 끊이지 않아 위로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차라리 말썽쟁이 었으면 덜 슬펐을까요.
가는 그순간까지 너무 착한 아이라 그저 미안하다는 감정밖에 안들었어요.
이제 3일정도 됐는데 아직도 꾸미를 놓아줄 마음의 준비를하지 못한거 같습니다.
그저 꾸미가 좋은곳으로 갔기를 바랄 뿐이에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