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게임 지름 - Ultimate General : Civil 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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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 워 스타일의 남북전쟁 게임 - Ultimate General : Civil war
게임 지름도 지름신고에 해당할지 모르겠으나...
토탈워 스타일의 전투를 좋아한다면+전열보병의 사격전을 좋아한다면 해볼만한 게임 하나를 소개합니다.
1. 라인배틀? 전열보병?
선형진, 소위 '라인 배틀line battle'이라고 알려진 싸움 방식을 영화 등으로 처음 접해본 사람들은 황당하다고 생각할겁니다.
나란히 일렬로 서서 적의 총구를 향해서 행진하다가, 총과 포탄을 맞아 쓰러지는 사람들.
앞에 있던 병사들이 총탄에 맞아 쓰러지면, 뒷 사람이 빈 자리를 채우며 계속해서 걸어갑니다.
총알과 포탄이 날아오고, 옆사람이 날아오는 포탄에 박살이 나도 행진은 계속됩니다.
부대를 인솔하던 장교가 마침내 신호를 보내고, 병사들이 일제히 사격합니다.
이런 전장에서는 개인의 무력은 중요치 않습니다.
칼과 창을 쓰던 전장에서는 부지런히 수련한 강자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적의 총구 앞에 몸을 드러내고 방아쇠를 당기는 전열보병의 목숨은 각자가 타고난 운수, 그리고 지휘관의 역량에 달려있죠.
얼핏 생각하기엔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바보들의 전쟁 방식이지만 전열보병은 순식간에 전장의 주된 전술이 됩니다.
당시의 환경에서 가장 강력하고 적합한 전술이었으니까요.
2. 남북전쟁과 전열보병
미국의 남북전쟁은 전열보병의 시대 막바지 무렵에 벌어진 전쟁입니다.
총은 더 정확해졌고, 장전도 빨라졌으며, 사거리도 늘어났습니다.
(이 게임에서도 신형 총기는 구형 총들에 비해 사거리와 명중률이 2~3배씩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다음 사진은 고전 도스게임 남북전쟁의 한 장면입니다.
고작 여섯 명의 전열이지만 좁은 통로에 자리를 잡으면 매우 뚫기 어렵습니다.
이 게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기병의 강력함도 기억할 겁니다.
일단 기병의 접근을 허용하면 포병도 보병들도 순식간에 썰려나가죠. 접근전의 병사들은 기병의 손쉬운 먹잇감이 됩니다.
반대로 기병들도 잘 준비된 전열보병과 맞부딪히면 순식간에 큰 피해를 입게 됩니다.
남북전쟁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가지고도 이런 절묘한 전투 밸런스로 꽤나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었습니다.
3. 이 게임의 특징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 게임은 남북전쟁을 묘사한 나름 최신(?) 전략게임입니다.
원래 소재 자체가 미국의 내전을 다룬 소재다 보니 미국 국내에서나 다른 나라에서나 흥행에 좋은 소재는 아니죠.
하지만 토탈 워 시리즈 중에서 전열보병이 등장하는 작품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엠파이어 토탈 워, 나폴레옹 토탈 워, 그리고 쇼균 토탈워의 확장팩 격인 사무라이의 몰락 정도일 것입니다.
토탈 워 스타일의 제대로 된 전열보병 전투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만한 게임이 없습니다.
위에 언급한 세 작품을 모두 해 봤지만 이 쪽이 더 취향에 들어맞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위에 언급한 다른 게임들은 거의 토탈워-포병 할 수 있을 정도로 포병이 승패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이 게임은 토탈워에서 전술 부분만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게임입니다.
전략? 재정? 스킬트리?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역사적 흐름에 따라 주어진 전장들을 하나하나 격파하며 진행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전투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투 승리로 얻어낸 전리품, 계속 성장시킨 자신의 부대와 지휘관들, 새로운 보충병과 지원금.
마치 SRPG게임 마냥 부대를 계속 키워나가는 재미가 있지요. 성장한 지휘관은 공격력과 방어력, 속도 등 다양한 이점을 가져옵니다.
또한 부대마다 경험치가 있어서 애지중지 잘 키워온 보병 한 부대는 후반에 가면 적 여러 부대와도 능히 맞서 싸울 수 있습니다.
(물론 강한 개별 부대로 정면 힘싸움을 거는 것보다는 적당한 부대 여럿이 포위나 측후방 기습을 노리는게 훨씬 낫긴 합니다.)
한편 챕터 별로 메인 전장(그랜드 배틀) 말고도 유저의 선택에 따라 사전 공작과 같은 소규모의 전투를 치를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사이드 퀘스트 같은 느낌으로, 단순한 정면대결 힘싸움이 아니라 소규모의 병력을 이용한 전략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습니다.
토탈워 스타일의 게임 답게 모든 전술의 기본은 적의 측면과 후방을 노리는 것입니다.
맵에 존재하는 풀숲이나 건물 등의 엄폐물을 이용해서 방어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 엄폐한 적은 일제사격을 맞아도 1~20명 정도 사소한 피해만 입는데,
평야에서 측후방을 공격당하면 한 번의 사격으로 수백 명씩 쓰러지기도 합니다.
이 게임의 기병은 꽤나 약합니다. 전열 보병의 일제 사격에 녹아내리고, 포병의 근접 사격에도 금방 무너집니다.
하지만 전과 확대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병종이기도 합니다.
사기가 떨어져서 도망치는 적은 기병으로 추격하는 게 토탈워 시리즈의 정석이지요.
패주하는 적은 소수의 기병으로도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의 전장은 넓습니다. 후반 전투가 되면 10만 단위의 전장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무작정 넓은 전장에서 전 병력 -많을 경우는 10만명 단위의 7~80부대- 가 한번에 격돌하는 것이 아니고,
전장을 구간 별로 나누어서 각 전역 별로 북쪽은 1군단, 서쪽은 2군단, 중앙은 3군단 식으로 나눠서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각 구간 별로 작은 목표를 제시하고, 목표달성 여부에 따라 다음의 진행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각각 나눠진 맵에서 어느 정도 진행이 된 다음, 마지막 날에 모든 전역이 하나로 합쳐지는 식의 독특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규모 병력을 동시에 컨트롤 하는 부담이 줄어들고, 전장의 흐름을 따라가기 쉬운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한 쪽 전역에서 압도적으로 이겼는데도 전장 전체가 열리기 전에는 다른 쪽에 지원을 보내거나 할 수 없으니 답답한 부분도 있긴 합니다.
몇몇 맵에서는 일단 요새를 점거하면 방어력이 급증합니다.
사격도 포격도 효과가 없으니, 요새를 뚫으려면 적군 입장에서는 결국 백병전 밖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 됩니다.
늪지대나 고지대, 개울 등 맵의 지형과 환경을 잘 파악해야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사진의 부대는 535킬 117데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격을 잘 하는 산병(소규모의 유격대)이나 자리 잘 잡은 포병, 뒷치기 타이밍이 절묘한 기병의 경우
아군은 거의 피해 없이 천 단위로 적을 학살하기도 합니다.
토탈워 스타일처럼 일시정지나 게임속도 조절도 자유롭기 때문에 손이 빠를 필요는 없고, 지형을 파악하는 분석력과
적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판단력이 중요한 게임입니다.
4. 총평
토탈워 시리즈와는 달리 전투에 집중된 게임 플레이, 단순한 높낮이 차이 정도만이 아니라 여러 지형지물을 잘 활용해야 하는 전장,
큰 승리를 거두면 성과에 따른 보상이 다음으로 계속해서 이어지는 게임 진행. 병과 별로 확실히 구분되는 역할과 전술적 활용.
남군과 북군의 양 쪽 진영을 같은 맵에서 반대편 진영으로 운영해 볼 수 있는 소소한 재미까지.
그리고, 사양을 상당히 적게 먹습니다.
웬만한 노트북에서도 잘 굴러가고, 전투 도중 아무 때나 세이브 로드도 자연스러우며(심지어 날아가는 포탄까지도!),
여차하면 알트 탭으로 화면 전환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든 자리를 비우고 식사라도 하든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웬만하면 노트북 팬이 풀로드로 돌아갈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 정도의 안정성과 최적화는 토탈 워 시리즈에서 좀 본받아야 할 듯 싶습니다.
한편 입문자에게 불친절한 게임 시스템(튜토리얼 없이 바로 실전. 이 게임의 첫 스테이지는 마지막 캠페인 다음으로 어렵습니다.),
다소 불합리한 스케일링 및 데미지 제한 등의 시스템이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게임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적응할 수 있으면 충분히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특히 미국 남북전쟁에 관심이 있거나, 전열보병 전투의 전략적 재미를 느껴보고 싶은 유저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