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텍 MK850 마우스(M720) 스위치 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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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년 조금 넘은 로지텍 마우스.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더블클릭 현상.
웬만한 포털 사이트에 '로지텍 ㄷ..' 까지만 입력해도 '더블클릭'이 자동완성되는 그 현상입니다.
사실 그동안 조금씩 기미가 보이긴 했는데 이제는 드래그 풀림까지 더해서 참기 힘든 수준까지 심해졌습니다.
더블클릭 테스트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니 100번 클릭했는데 117번이 입력되는 것을 확인.
일부러 반만 눌리듯이 슬쩍슬쩍 누르긴 했지만 17% 오차라면 이제 더 이상 참아주긴 어렵습니다.
오늘의 피실험자. MK850세트에 포함된 M720마우스입니다.
무한휠 기능도 있고 USB 블루투스 지원에 기기 전환도 간편해서 꽤 쓸만하긴 합니다.
이번에 구입한 교체용 스위치들.
가격은 천원 안팎에 배송비가 아까우니 넉넉히 챙겨뒀습니다.
무소음(실은 그냥 저소음) 스위치 2개와 8천만회 클릭을 보장한다는 카일 사의 스위치입니다.
기존 로지텍 마우스는 옴론 사의 1천만회 보장 스위치가 들어있습니다. 훨씬 저렴하죠.(그래봤자 몇백원 차이이긴 합니다.)
스위치 교체를 위해 준비한 인두기 세트.
마우스 기판 납땜을 녹여서 스위치를 뽑아내고 새 스위치를 달아줄 겁니다.
이 마우스는 상단 2개, 스티커 안쪽에 1개의 숨겨진 나사가 있습니다. 총 5개를 풀어내야 하죠.
상하 분리를 하면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연결된 하얀 덮개를 위쪽으로 90도 올려주면 손쉽게 빠집니다.
오늘의 타겟인 중국산 옴론 스위치. 이걸 뽑아내면 됩니다.
그러려면 마우스 휠도 뽑아내고 보드의 깨알같은 사이즈의 나사들을 풀어서 바닥쪽이 보이게 들어내야 하죠.
급 귀찮아지기 시작하는 장면입니다.
근데, 잘 생각해보니 이걸 굳이 뽑아야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사실 납땜은 잘 되어있거든요. 그 위에 달린 부분이 문제죠.
더블클릭이 생기는 건 대체로 스위치 중간의 금속판(사진 제일 오른쪽) 문제입니다.
접점이 닳거나 이물질이 묻거나 해서 인식이 되다말다 하는 문제인데...
그래서 우선 열어봤습니다.
사진 상으로는 반짝반짝 해 보이지만 가까이 보면 접점에 눌린 자국과 검은 흠집이 명확하게 보입니다.
옴론 스위치와 동일한 구조인 카일 스위치입니다.
신기하게 몸통쪽 어딜 눌러서 푸는게 아니라 옆면의 접점에 커터칼 등을 꽃으면 딸칵 하고 열리는 구조입니다.
이걸 몰라서 꽤나 헤멨습니다.
신품 카일 스위치와 비교.
전체적인 길이나 너비는 같지만 뭔가 미묘하게 규격이 다릅니다. 더 딴딴한 재질을 쓴건지...
어떻게든 교체해보려 했지만 도저히 무리. 30분만에 포기하고 인두기에 전원을 넣습니다.
같은 옴론 스위치로 샀으면 간단했을텐데 말이죠.
...만, 다른 방법이 떠올랐습니다.
눈 앞에 상태 좋은 옴론 스위치가 보이네요. 오른쪽 버튼.
마치 자동차 타이어를 마모율에 따라서 이리저리 옮겨 달듯이... 마우스도 뭐 안될 거 없죠.
어차피 우클릭은 많이 안누르고, 우클릭으로 드래그 할 일도 없으니 왼쪽 오른쪽을 바꾸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바꿔봤습니다.
중간 부분은 사진을 찍을 기력이 없어서 완성된 상태만 사진으로 남아있습니다.
하단부만 빼고 나머지 부분, 즉 중간의 금속판과 상단 덮개를 왼쪽과 오른쪽을 서로 교체했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것이, 그냥 부품을 꽃고 핀을 거는 식의 구조가 아니라 금속 핀 중간에 있는 미세한 홈에 부품을 거는 식의 구조라서...
그냥 감으로 몇 번 시도해봤지만 꽤나 복잡해서 웬만하면 유튜브 동영상 등을 참조하는게 바람직합니다.
.
어떻든 총 1시간 정도의 고생 끝에 좌우 스위치 교체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테스트 결과는 200번 클릭에 200번 모두 정상입력. 오른쪽 버튼도 마찬가지(!?).
금속판을 풀고 끼우고 하는 도중에 이물질도 날아가고 접점도 자연스레 마모되면서 상태가 좋아진 듯 합니다.
결국 실제로 사용한 도구는 드라이버와 핀셋 뿐.
마치 처음 구입했을 때처럼 상태가 깔끔해진 마우스를 얻었지만,
미사용 신품인 인두기 세트와 교체용 스위치 다섯 개가 그대로 남겨졌습니다.
또한 스스로의 판단력에 대한 깊은 불신도 생겨났습니다.
앞으로는 뭐든 시도하기 전에 우선 검색과 유튜브로 제대로 정보수집을 하는 게 좋겠다는 교훈을 얻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