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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10년만에 돌아온 급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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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13,456  | 작성일2010.09.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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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5(수) 작성


어제 참 요즘 세상일 같지 않은 일을 겪어서 잠깐 글을 써 봅니다.

정확히 10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오래된 일이라...아마 9,10년 전 쯤 일겁니다.
회사에서 한참 날밤새며 코딩하고 데이터 만지고 할때였습니다.
내 실력에 조금 우쭐 할만한 시기였고, 여전히 사회 초년병이던 시절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죽어라 일들의 밀림을 헤치고 나와서 얻은 잠시의 여유 
그때 불현듯 생각난것이 아르바이트 였습니다.
남들은 널널한 회사 들어가서 근무시간에도 알바 한다던데...

잠깐 인터넷을 뒤적뒤적해서 적당한 알바거리를 찾았습니다.
사이트를 구축하는데 마무리에 애로사항을 겪고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간단히 연락을 하고 퇴근길에 그 회사를 찾아갔습니다.

그때까지는 그 회사가 사무실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작은 사무실에 몇명이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의 사장님은 IT붐때 자신의 아이디어도 승산이 있겠다 싶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회사를 차렸습니다. 전산을 모르진 않지만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 때 뭘하려고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원래 하려던것이 잘 안되자 그 때 많이들 하던 사이트 구축 일을 맡아서 하고 있었습니다.
아는 회사 사이트를 맡았는데 감당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밑에 직원들은 나름 기술은 있었지만 대형사이트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습니다.

에러를 다 잡고 안정화시켜 오픈시켜주는 조건으로 100만원에 계약을 했습니다.
그쪽에서는 기간을 한달정도를 생각했습니다. 
한달에 100만원이면 적은 금액이지만 그쪽 사정상 더 지불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제입장에서는 사실 2주 정도면 널널하게 하겠다 싶었습니다.
당시 제법 대형사이트에서 삽질 좀 한 입장에서 크게 어려울것 같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노가다성 코딩이 별로 없고 집에서 하는 일이라 흔쾌히 계약을 했습니다.

일을 받고 얼마 안되어 그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그만두었고, 사무실도 임시 거쳐로 옮겼습니다.
생각했던것 보다 상황은 안좋았던것 같습니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던 사장은 기획력이나 전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습니다.
직원들 역시 그것을 구현하기에는 경력이 짧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를 굴리기 위한 저가의 노가다성 일들만 들어오게 됩니다. 
직원들은 비젼없는 노가다에 지쳐가고 회사 자본은 잠식되어 갔습니다.
당시 그런 조그만 회사들이 많이 있었을 겁니다.

그곳 사장님은 오픈만 시켜주면 돈도 들어오고 상황이 나아질꺼라 했지만
그분의 생각과는 달리 오픈되어도 업체는 돈을 바로 주지 않을 것이고
나도 알바비를 받지 못할 꺼란건 알고 있었습니다.
일을 준 분이 나쁜 사람은 아니었고, 하던 일이라 그냥 마무리 해 주기로 했습니다.
막판에 업체에서 좀 귀찮은 요구가 있었지만 특별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 후로 간간히 연락이 왔었습니다. 1,2년에 한번씩...잊을만 하면 오는 연락이었습니다.
그다지 수완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회사를 시작할때 투자도 별로 받지 못했습니다.
모아두었던 돈과 주변에서 빌린돈으로 시작한 일은 빚만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 대리운전도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항상 전화 할때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다시 이런이런 회사를 할꺼란 얘기를 했었습니다.
갈수록 업계에서 잔뼈가 굵어가던 저에게 그 말들은 참 현실성 없이 느껴졌습니다.


연락이 또 한 2년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색한(?) 일을 당한건 어제 아침이었습니다.
언제나 처럼 자기소개를 회사이름으로 대신합니다. 오래전에 사무실을 잃은 그 회사 말입니다.
평소와 처럼 이런저런 가벼운 인사와 근황을 얘기해 줍니다.
그간 무슨일을 했었는지는 모릅니다만, 빚을 거의 다 갚아간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도 전액은 아니더라도 돈을 보내주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뭐라고 얘기해야 될 지도 잘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 아르바이트 이전에도 알지 못했고, 이후에도 그다지 연락하던 사이가 아닙니다.
그리고 100만원 어찌보면 그다지 큰 돈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더 큰돈도 쉽게 잊어먹고 사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무슨 나쁜 물건인 마냥 끝끝내 그걸 돌려주려고 하십니다.

집에가서 정말로 통장에 들어와 있는 돈을 보고 한번더 놀랐습니다.
사실 전화 받을때는 반신반의 했습니다. 그리고 당장 들어올꺼라고는 생각도 안했습니다.
시간내어 만나자는 얘기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얘기를 해야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분께 그다지 도움드릴 것도 없습니다.
응당 받아야 할 돈을 받았는데 웬지 빚을 진 기분입니다.
추석 끝나면 한번 찾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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